영국, 일본, 이탈리아는 미개발 국가를 향해가는가?

실물경기 침체의 위험성

며칠전, 리비아 출신 코메디언인 모하나드 엘시에키는 누가 곧 영국 총리가 될지 알 수 없으니 영국 친구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농담을 했다. 그의 말은 잘못된 감세 제안으로 영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지 불과 몇 주 만에 총리 자리를 잃은 리즈 트러스의 상황을 염두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농담은 이탈리아나 일본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어 보인다. 이 두 나라는 총리 자리를 놓고 마치 2년이 멀다하고 의자뺏기 게임을 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트러스 대실패를 계기로 많은 전문가들은 영국 또한 일본과 이탈리아 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영국이 이탈리아화 하고 있다는 풍자를 섞어 “Welcome to Britalia”라는 제목의 표지 기사를 실었다. 세금 인하라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뼈아프게 부각됐지만, 사실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트러스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애틀랜틱의 데릭 톰슨 기자는 최근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영국의 생활수준과 임금은 서유럽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실제로 영국의 실질 임금은 15년 전보다 낮아졌다. 지난 30년 동안 영국 경제는 산업보다 금융을 선택했고, 영국 정부는 투자보다 긴축재정을 선택했으며, 영국 유권자들은 개방적이고 부유한 경제보다 폐쇄적이고 가난한 경제를 선택했다. 따라서 임금 하락과 놀라울 정도로 낮은 생산성 증가는 충분히 예측된 결과였다. 산업화 된 최초의 국가인 영국은 탈산업화도 최초였다.

한편, 일본도 생산성과 임금의 침체를 겪었고, 급기야 생활 수준에서도 한국에 뒤쳐졌다. 일본은 휘황찬란한 도시에서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 훨씬 가난하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는 2007년보다 현재 더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의 경험을 반추해 보면 ‘미개발국화(undeveloping country)’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불편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반 경제성장이론에서는 국가가 한번 부유해진 이상, 의도적인 투자 중단이나 기술의 망각 없이는 다시 가난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현실은 이런 단순 모형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과거 우리들은 많은 국가들이 그들의 생활 수준이 장기적인 경기 후퇴의 시기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 해왔다. 따라서 일부 국가들은 경제성장의 마지막 단계가 영구적으로 최고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 지위로 다시 천천히 미끄러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데이터에서 몇몇 지표들을 살펴 보면 그들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미묘해 보인다. 각 국가는 일부 지표들은 아주 심각하지만, 다른 지표들은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이는 그들의 경제 상황이 일반적이거나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각 국가는 그들의 경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강력하게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Written on October 27,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