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잘하고 있는가?
인플레이션에 관한 통계치들이 발표되었다. 기본적으로 지난 몇 달동안의 결과와 흡사하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아주 낮아진 반면에 근원 인플레이션은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목표치에 비해 높다. 사실 지난 달에는 월별 물가변동만 본다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2.4%에서 3.6% 수준으로 조금 상승한 반면, 전체적 물가 수준은 하락했다.
어쨋든 , 특히 월변 물가동향까지 포함하여 이러한 숫자들 변화에 지금껏 아주 많은 논쟁들이 있어왔다. 몇몇 사람들은 그들의 매파나 비둘기파의 견해를 변호하기 위해 특정 상품을 포함하거나 배제하길 선호한다. 그렇지만 석유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 또한 아주 작위적으로 보인다. 중요한 점은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되고 있고 불안을 느낄만큼 급박한 상황은 지났다는 사실이다. 이젠 더 이상 인플레이션의 공포에선 벗어나야 한다는 신문기사를 볼만도 해 보인다.
이제 많은 경제비평가들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인플레이션이 수면 아래로 침전하고 있고, 결국 고용과 성장에 악영향을 줄것이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러한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가 현재 경기침체의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인상을 당장 멈춰야 한다. 둘째, 2022년의 금리 인상이 아직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감소는 연준의 정책 때문이 아니며 따라서 연준의 긴축은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과도했다. 과연 이 주장들이 설득력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사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이다. 지금 현재 상황 뿐만이 아니라 항상 그래왔다. 물론 경기침체에 대한 확률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몇몇 지표들이 있지만 그 신호는 약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 당장 경기침체에 임박했음을 확신 시켜줄만한 훌륭한 거시경제학 모델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걸은 더 들어가기 위해 2010년도를 회상해 보자. 그 시절은 한창 경제가 호황이었지만 많은 경제비평가와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2019년 후반 발생할 것이라는 경기침체 예상이 정확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반면 2018년에 벌써 급격한 경기하락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사실 많다. 당시 많은 이들이 대침체 이후 민간부문 부채 중 유일하게 증가하던 기업부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 후 2018년 후반에 수익률 곡선이 역전하자, 경기침체에 대한 이야기들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를 맞은지 1년이 지나고도 경기침체는 없었으며 사실 그에 가까운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고용은 2020년 1월과 2월에 속도를 높이며 증가하고 있었다.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공통점이 많다. 지난 12월에만 22만 3천에 달하는 고용 증가가 있었음을 보면 경기침체를 목전에 둔 경제라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력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핵심생산연령 고용률도 장기적으로도 최고치로 보이는 80%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경기침체가 임박 했음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총생산 데이터들은 분기별로 집계되어 2020년 4분기 통계치를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민간투자는 22년 2,3 분기에 실제로 하락했으며 수출은 3분기에 감소했다. 소비의 증가가 약간 있었지만 투자와 수출의 감소가 계속되면 소비, 고용은 물론 성장도 결국 감소한다.
위 그림은 80년대 폴 볼커 연준 의장의 금리 상승으로 인한 두 번의 경기침체 이후 가장 크고 오래 지속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왜 경기침체의 전조인가 다시 한번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은 시장이 단기 이자율이 향후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로부터 기인한다. 다시 말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동시에 발생하거나 둘 중 하나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한다. 1) 이자율이 현재 자연 수익률에 비해 특히 높아서 궁극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높은 이자율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예측 2) 미래에 실물경제가 둔화되어 자연스럽게 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
어떤 경우이든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기침체를 알려주는 좋은 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공식적인 정의를 보거나 국내총생산을 기반으로한 지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미국의 경기침체는 수개월 전부터 발생했어야만 했다. 따라서 앞으로 몇개월 동안의 데이터가 크게 수정되지 않는다면 경기침체를 예단하기 어렵다.
2018년에서 19년의 어려웠던 경제상황도 수익률 곡선 역전이 경기침체를 정확히 예견한 것인지 코로나의 영향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쨋든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경제는 여전히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수익률 곡선의 예지력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고 평가한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지금 이론적인 직관을 통해서도 전통적인 지표를 보더라도 당장 경기침체에 놓여있거나 아주 가까운 시기에 침체로 들어가야 하는 아주 기괴한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거시경제 변수들은 꾸준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경제가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절벽에서 곤두박질 치고 있거나 과거에 잘 작동하던 예측 방법이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상황이다. 따라서 연준의 정책 기조를 평가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펜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을 평가할 때, 인플레이션은 펜데믹으로 인한 공급 사슬의 문제 때문이므로 곧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확장적인 재정 금융정책으로 인한 수요의 상승과 더불어 노동시장 활성화라는 아주 큰 요소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결국 연준은 2020년 3월부터 이자율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연준이 이자율 인상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낮추어야 한다는 비둘기파의 주장도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과 비슷해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봐야 할 것은 재정정책도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2020년에서 2021년 초반까지 정부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엄청난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현금을 저축하여 2021년과 2022에 지출했는 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정적자는 2021년 펜데믹 지원 자원이 고갈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개인 가처분소득은 정상적으로 회귀하기 시작한 것을 시장에 나타난 신호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1년 6개월 전에 벌어졌던 긴축재정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일조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요컨데, 연준, 행정부와 국회 모두 지난 수개월 동안에 벌어진 인플레이션 완화에 얼마나 공이 있는지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연준이 이자율 상승 기조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설득력이 있다. 어쨋든 포스트 펜데믹 인플레이션에 대한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