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불평등은 현재 왜 감소하고 있는가?

2013년 “21세기 자본론”을 집필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 교수는 특별한 상황으로 인한 정부의 대대적인 개입 없다면 자본주의는 자연스럽게 불평등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였다. 당시의 인기가 무색하게 요즘에는 그의 이름을 잘 들어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미래에는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의 책은 “r>g”라는 대표적인 조건식으로 더욱 유명한데, 만약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큰 경우 그 경제의 불평등은 점점 커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주장은 당시 좌파주의 사상의 부흥에 힘입어 더욱 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경우, 대공황과 뉴딜정책,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급속한 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세기 초반까지는 불평등의 악화로 야기될 수 있는 사회의 붕괴를 겨우 막을 수 있었지만 과연 자본주의가 지속됨에 따라 더 위험해 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대표적인 국가에서 상위 1%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전체 소득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을 가지고 있는지 역사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1차 도금기와 2차 도금기 기간 상당한 불평등의 상승, 그리고 경제 위기를 맞이한 기간 동안 불평등의 감소하는 경향을 아래 그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소득 상위 1% 소득비율 추이

2013년 당시에는 많은 경제학자들은 피케티 교수의 데이터와 이론에 대해 자본의 감가상각을 무시했고, 자본소득의 대부분은 부동산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 또한 간과하였다고 지적 하였지만 미국에서조차 불평등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못했다. 물론 자유방임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불평등은 지금껏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은 지속적인 불평등의 증가는 결국 정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에 몇몇 경제학자들은 심각한 불평등을 낮추기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을 보전해주는 등의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과 경제성장율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불평등의 정체상태

미국에서의 불평등은 주식시장의 붕괴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최근에는 정체상태를 유지하고 있거나 다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가장 압력이 심한 부의 불평등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현재 우리는 주식시장의 붕괴와 더불어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경험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붕괴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보다는 부유층에게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 특히 미국의 초부유층은 그들 자산의 대부분을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충격은 일론 머스크의 예를 들지 않아도 설명이 필요없어 보인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올해 시장 붕괴로 인한 부의 급락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realtimeinequality.org

다음은 임금 불평등에 대한 데이터를 보자. 노동소득 불평등은 70년대 후반부터 2010년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다가 최근 완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최근 연구, Autor, Dube & McGrew (2022)에서 소개한 그림을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실질임금 하락을 경험하고 있지만 하위 10%의 노동자들은 그 손실을 상회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고졸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고학력자의 임금상승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현상은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발생했고, 저자들은 그 이유를 최저임금 상승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빨라진 경제회복과 과열된 경제가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후 이직률이 상승하고 그로 인한 임금상승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임금과 함께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정부의 이전소득을 모두 감안하면 그 효과는 어떨까? 전체 소득은 좀 복잡하지만 그 흐름은 앞선 그림들에서처럼 2013년을 중심으로 정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불평등이 크게 감소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연구들에서는 코로나 지원을 포함한 정부 지원 때문에 저소득층이 상대적인 소득 상승을 보였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불평등의 감소는 금융위기 이후에 발생했던 상승 기운을 상쇄시킬 정도만으로 아주 미미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80년대부터 00년대에 이르는 긴 시기 동안 꾸준히 일어난 불평등의 상승분을 만회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경향 또한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불평등의 지속적 하락 가능성

특히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과 부의 불평등 감소를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을 고려해보면, 미국의 불평등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불평등의 하락은 지속성 여부는 그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몇 가지 추론을 통해 살펴보자. 첫째, 부의 측면에서는 주식시장이 정말 큰 판단 요소이다. 특히 미국의 주식시장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향후 10년 정도 동안 수익률이 완만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무역장벽의 증가추세, 인구증가율의 감소, 높은 이자율, 반독점 운동의 강화는 물론이고 역사적으로 볼 때 주식 가치가 여전히 고평가 되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식 수익률이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불평등도는 더 감소할 것이다. 둘째, 소득 측면을 보면, 경제정책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특히 최저임금은 지속적인 상승을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현재로선 최저임금 정책이 대량의 실업을 야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데 크게 공헌할 것이다. 탈세계화와 인공지능 또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으로 불황이 발생할 것인가 하는 더 큰 문제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민주자본주의 자체의 안정성 자체에 대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시장 시스템의 자정능력이 과연 불평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시스템 자체에 대한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주식 수익률이 실물 시장의 성장보다 높을 수 있지만 영원히 그럴것 같지는 않고, 고학력 기술직에 초점을 맞춘 경제도 결국 저학력 노동자들의 수요가 증가해 그들의 임금도 결국 상승하게 될 것이며, 오랜 시간 지속된 세계화도 종국에는 수출 시장은 물론 해외투자 기회도 결국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마도 다시 불평등이 극심하게 증가해 임계점에 이르게 되면 또 피케티 교수같은 사람이 등장해 우리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기적같이 불평등이 감소하게 될 지도 모른다.

Written on January 6,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