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포로수용소의 법칙
2차 세계대전 중 전쟁포로로 잡힌 한 경제학자는 시장 제도의 발생은 자발적이며 매우 보편적인 현상임을 목격하였다.
로버트 래드포드(Robert A. Radford)는 한편으로는 상당히 전형적인 경제학자로써의 살았다. 1930년대 후반까지 그는 캠브리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IMF에 근무하였다. 하지만 그는 전쟁 기간의 반정도를 독일의 포로수용소에서 보냈으며 풀려난 후에 런던정경대학의 학술지인 Economica에 하나의 논문을 게재한다.
“전쟁 포로수용소에서의 경제조직”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그는 혹독한 환경속에서 경제 제도가 어떻게 태동하게 되는지 잘 분석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금융경제학이나 무역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심지어 경제학자들에게 논문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 잘 보여주고 있는 논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경험에 대해 단순히 교육적인 차원이 아니라 경제원론에서 담고 있는 중요한 원칙들이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임을 발견했다는 측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먼저 그의 논문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전쟁 포로들은 독일이 제공하는 약간의 구호품을 할당받는다. 그것은 적십자로부터 제공된 조그만 상자로 음식과 담배가 구성품이다. 그 꾸러미는 모든 포로들에게 동등하게 제공되며 아주 가끔 적십자는 추가적인 보급을 할 때도 있고 공급 부족으로 보급이 늦춰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 때마다 포로들은 일시적인 풍족과 궁핍을 느껴야만 했다.
래드포드의 첫번째 사회학적 발견은 수용소에는 유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즉, 모두가 정확히 똑같은 위치, 동일한 자산을 가진 상태에서 출발하였지만 그들은 모두 똑같은 선호체계를 가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역이 신속하게 발달했다. 예를 들어, 시크교도들은 그들의 쇠고기를 팔았고 프랑스인들은 커피를 더 소비하기 원했다. 따라서 우르드어를 할 수 있는 중계상은 간수를 매수해 프랑스인이 머무르는 캠프에 방문하여 비스킷이나 담배를 이윤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수용소 바깥 세상과도 거래를 하였는데 커피의 경우 뮌헨에 있는 카페에 아주 비싸게 팔렸다고 한다.
그는 시장 제도의 발생은 일반적인 삶에 대한 모방이라는 측면보다 즉각적인 필요에 대한 반응으로 아주 자발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한 가지 놀랄만한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발달의 예로 화폐의 출현을 들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담배가 화폐로 정착되었는데, 담배는 들고 다니기 용이하며 나누기 쉽고 상당히 동질적이기 때문에 화폐로 잘 쓰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며 땀에 젖게 되거나 담뱃잎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할 단점도 존재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래햄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흡연자들이 담배를 소비하기 때문에 적십자의 보급 날짜가 점점 다가오거나 보급이 늦어지는 경우, 담배 한 개비로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영구적인 캠프에서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임시적인 캠프의 경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영구적인 캠프 내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상당히 안정적이었음을 경험할 수 있었지만 임시 캠프에서 무역을 통해 하루에 보급품 한 상자 가량의 이윤을 남기는 중계상의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수용소 내의 시장은 완전경쟁적이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전쟁 포로의 유입과 같은 변화 때문에 상대가격은 날짜에 따라 변화했고, 월요일에 한번 주기적으로 보급되는 빵의 경우 일요일 저녁의 빵 가격은 월요일에 비해 상당히 큰 프리미엄을 가졌다. 심지어는 선물시장까지 존재했음을 소개하고 있다.
그의 논문은 1945년 여름에 그의 포로수용소 생활을 회고하며 쓰여졌으며 특히 그 해 3, 4월에는 여러가지 소문들로 인해 시장 가격이 요동치는 현상도 보였음을 회상하고 있다. 결국 4월 12일 포로들은 수용소에서 해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