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요공급은 헛갈리나?

수요공급 모형은 경제학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배우는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입에 올리며 확신을 가지고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제모형 중 하나로 생각된다. 그런데 왜 헛갈린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다음 질문을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신문에 커피를 오랜시간 마시는 경우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는 보도가 있었을 때, 녹차의 수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커피와 녹차는 당연히 대체재 관계에 있기 때문에, 커피 소비에 대한 경고로 인해 커피의 가격은 감소할 것이고, 녹차의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아주 비슷한 예를 생각해 보자. 가장 유명한 경제원론 교과서 중 하나인 맨큐의 경제학 4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프로즌 요거트의 가격이 하락했다고 가정해보자. 수요의 법칙을 따르면, 프로즌 요거트를 더욱 많이 사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아이스크림은 더 적은 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위 교과서 내용은 적어도 우리의 커피와 녹차 예에 대한 답을 더 명확히 해 준다.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뉴스 보도가 커피 가격을 감소시키고, 커피와 녹차는 대체재 관계이기 때문에, 커피 가격의 하락은 녹차 수요를 줄이게 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논리를 생각해보자. 위 경우, 공급의 법칙에 따라 프로즌 요거트를 더 적게 생산하려는 움직임은 발생하지 않는 것인가? 더욱이 시장이 균형에 이르기 위해서는 공급량과 수요량이 같아져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분명 어딘가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맨큐의 경제학 교과서 4장 연습문제 12번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프랑스 샴페인 산업에서 펼친 마케팅 전략이 크게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뉴욕 타임즈의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에서 “많은 샴페인 회사 경영자들은 샴페인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이지만 이러한 가격 상승이 결국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요 감소를 유발하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경영자들의 분석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연습문제의 답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샴페인의 수요가 증가했고 따라서 가격과 거래량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격 상승은 수요 감소를 유발할 수 있는가? 가격 상승은 수요 감소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가격 상승은 수요 감소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프로즌 요거트의 가격 하락이 프로즌 요거트를 더 많이 사려고 할 것이라는 설명과 상충되지 않는가?

경제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격변화로 기인한 추론(Reasoning from a price change)”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이자율이 급격히 하락하면 투자는 …
  2.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
  3.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수출/무역수지는 …

첫번째 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만약 올해 이자율이 급락함과 동시에 투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자율 하락이 투자를 감소시켰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 또한 원유 가격이 급락하고 원유 소비량이 감소했다면, 원유 가격이 원유 소비량을 감소시킨 것인가?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위 추론 과정에 이상함을 느끼고 다른 조건은 일정하다는 가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의심이 핵심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떤 이유로 처음에 가격이 변화했냐는 사실이다. 위 예를 분석하는 데에는 아주 특별하고 복잡한 모형이나 이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학 원론 도입부에 배우게 되는 수요공급 모형만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 여전히 의심스럽다면 수요 공급 곡선을 그려보면 된다. 수요 공급 모형에서 수요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켜보면 가격 하락과 소비량 감소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격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가격 상승이 공급 증가 때문이라면 소비량은 증가할 것이고, 수요 감소 때문이라면 소비량은 감소할 것이라는 사실은 수요 공급 모형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가격 변화가 생기면 그 결과로 균형 거래량 또는 소비량은 증가할 수도 감소할 수도 있다.

최근들어 많은 사람들이 환율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이 어떤 의미로 달러의 평가절하를 예측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달러의 가치가 왜 하락하는가? 전문가라면 외국인들이 미국 달러를 더 이상 선호하지 않게 되는 시나리오를 설명할 것이다. 즉, 먼저 어떤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그 이후에 발생할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달러를 선호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의 무역이 매력이 사라진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15년 이상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수요 공급 모형을 제대로 이해하면 경제학은 반 이상 이해한 것이라 주장해 왔다. 그 중에서도 다음 두 가지 개념은 정말 중요하다 생각한다.

  1. 수요와 공급곡선이 이동했을 때의 효과
  2. 가격과 거래량 변화로 인한 추론

경제학 원론 수업을 들은 거의 모든 학생들은 심지어 강의를 하기 전에도 수요 공급 곡선의 이동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 제주도에 갑작스런 한파가 닥친다면 감귤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수천만명의 중국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소비하기 시작할 때 휘발유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아주 잘 이해하고 설명한다. 하지만 가격과 거래량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학생은 거의 없으며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도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을 발견하기 어렵다. 다음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자.

어떤 영화관에서는 가격이 6000원일 때 평균 100명의 관객이 입장했지만 가격이 9000원일 때에는 평균 300명의 관객이 입장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실은 수요 공급 법칙을 위배하는 것인가?

아주 소수의 학생들이 이 문제의 정답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한 수요 공급 모형에 대한 것이다. 수요곡선의 이동이라는 간단한 답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어, 영화 관람객이 많을 주말에는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을 쉽게 할 수 있다. 수요곡선이 이동하면 가격 상승과 거래량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음을 바로 이해할 것이다.

Written on January 18,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