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와 연준

인플레이션과 은행 실패 사이의 과정

최근 실리콘벨리 은행발 공포는 빠르게 시작된 것처럼 빠르게 끝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 발생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정부는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결정적인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1. 예금보험기금(FDIC)을 이용해 실리콘밸리 은행과 함께 다른 중형 은행인 시그니처 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장했다.
  2. 은행 기간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예금자들이 다른 은행들에 몰려와 예금을 급히 인출하여 현금을 확보해야 할 경우 발생할 다른 은행들의 불안정화에 대비해 많은 돈을 빌려주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예금자들은 이미 자신의 돈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필요에 따라 아주 빠르게 개입한다.

이로써 패닉은 끝났다. 금요일 실리콘 벨리 은행의 파산 이후 다음 주 월요일에 다른 중형 지역 은행의 주가는 하락했지만 전국적으로 큰 예금 인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예금을 인출할 이유가 없어지고 패닉은 끝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해결해야 할 많은 매듭과 숙고해야 할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누가 예금보험기금에 접근할 수 있을까?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모든 예금이 사실상 보험에 가입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 묵시적 예금 보장에 따라 중형 은행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생길까? 있어야 하나?
  • 이번 조치가 “구제금융”인가? 그게 중요한가?
  • 이번 사태가 미국 정부와 벤쳐캐피탈 또는 스타트업 업계 간의 관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모든 것이 중요한 질문이지만 이 글에서는 금리 정책과 거시 경제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은행의 위험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정부가 왜 그렇게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했던 이유이다. 핵심은 은행 패닉이 SVB를 넘어 기술 부문과 캘리포니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이번 사태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 기사 내용이다.

주말 동안 정부 관리들은 기술 중심적인 뉴욕과 캘리포니아 이외의 은행들이 변동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판단했고, 은행 임원들은 월요일 아침 주요 고객들이 안전을 위해 돈을 인출하여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으로 옮기겠다고 연방 관리들에게 경고했다.

일부 패닉에 빠진 벤처캐피털이 공포와 혼란을 퍼뜨린 사건이었다면, 패닉은 다른 모든 기술 붕괴와 마찬가지로 기술 업계에만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패닉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금리다.

지난 40년 동안 금리는 기본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 은행은 경기 침체에 맞서기 위해 금리를 계속 더 낮추었지만 경제가 회복되고도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발생하지 않아 금리를 올릴 이유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마침내 수십 년 만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났고 금리는 더 이상 일방통행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 무렵 은행들은 놀랍게도 장기 국채와 기타 장기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했다. 이로 인해 금리 상승에 취약해졌다.

금리 상승이 왜 은행에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내용은 매트 레빈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은행은 장기 투자를 위해 단기 차입을 하고, 예금자가 돈을 찾으면 은행은 예금자에게 갚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기가 긴 자산을 팔아야 한다. 만기가 긴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이 매각하여 얻을 수 있는 현금의 양이 줄어 들게 된다. 따라서 은행은 부도의 위험에 더 취약해진다.

금리가 오르면 만기가 긴 고정금리 채권, 예를 들어 10년 만기 국채의 가격은 내려간다. 따라서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많은 은행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여 부도에 더 취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SVB 부도 사태가 기술 부문을 넘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따라서서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한 것이다.

은행들이 만기가 긴 채권을 너무 많이 보유한 것이 실수였을까? 래리 서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SVB는 은행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오류 중 하나인 단기 차입과 장기 투자라는 실수를 저질렀다. 금리가 오르자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고 기관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서머스의 이런 주장이 정확히 옳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장기 대출을 위해 단기 차입을 하는 것이 “은행업의 가장 기본적인 오류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스카이다이빙의 가장 기본적인 오류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단기 차입을 통해 장기 대출을 하지 않는다면 은행이 존재할 이유가 별로 없다.

더욱이 단기 차입을 통한 장기 대출의 한 방법으로 미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장 안전한 기관이다. 국채는 유동성이 높고, 그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있으며, 채무 불이행 위험이 거의 없고, 많이 팔아야 한다고 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전역의 다른 은행들도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경제에 투입하고 사람들이 그 돈을 은행에 숨겨두었을 때 은행이 국채를 더 많이 매입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출처: 재무부

위 그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연준은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은행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려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연준은 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금리를 인하하는 것으로 이번 주 사태에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쉽게 금리인하를 단행 할 수 없는 이유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는 인플레이션

공교롭게도 인플레이션 수치가 며칠전 나왔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핵심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또는 전년 대비로 측정했을 때 여전히 약 5.5%에 머무르고 있다.

위 그림을 통해 2022년 중반 이후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적인 성공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 효과와 석유 및 가스, 식품 및 운송비 하락으로 인한 공급 증가 효과의 조합에 기인한다.

그러나 부분적인 성공은 부분적인 성공일 뿐이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경제학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실질 임금과 실질 소득에 하방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준이 신뢰성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부분이다.

중앙은행은 본질적으로 신뢰성 상실의 공포 속에 존재하는 기관이다. 사람들이 중앙은행이 물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지가 없다고 믿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것이고 중앙은행은 이 광기를 막기 위해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중앙은행이 이제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상황이 바뀌었고 매파가 다시 한 번 통제권을 잡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금리를 훨씬 더 인상하고 경제에 훨씬 더 큰 충격과 피해를 입히게 된다.

연준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정말 원하지 않는다. 더욱이 매달 인플레이션이 5.5%에 머무르면 5.5%가 새로운 표준으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미국 경제계는 연준이 5.5%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따라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금융 지배” 아래 살고 있나?

따라서 연준은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계속 올리면 금융 시스템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약해져 SVB와 같은 뱅크런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은행권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인하하면 연준은 신뢰를 잃고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몇 년 안에 더 큰 금리 인상과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할 위험이 있다.

이는 일반적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에 금융적인 측면까지 추가된 것이다. 은행 약세는 은행이 대출을 축소하여 성장과 고용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나쁘다. 은행 부실도 같은 이유로 나쁘지만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그러나 은행은 또한 많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은행 공황은 공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구제 금융과 마찬가지로 정부에 큰 재앙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상황을 “금융 지배”라고 부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정부의 부채 이자를 갚기 어려워질까 봐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경우를 “재정 지배”라는 용어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재정 지배가 이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준의 새로운 은행 기간 대출 기금이 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일종의 백도어 통화 완화책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연준이 새롭게 설립한 BTFP(the Bank Term Funding Program)는 은행에 돈을 빌려주어 은행이 도산할 경우 예금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은행이 이제 자금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은행이 더 공격적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고, 이는 수요를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수 있다.

요약하자면, SVB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면 금융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연준에 분명히 보여주었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총수요를 줄이면서 규제와 특별 안정화 조치를 통해 은행 시스템을 지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희망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어렵고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Written on March 17,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