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정체,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2020년대 동안 기술발전을 기반으로한 생산성 향상이 크게 일어날 것인가 하는 논쟁을 해오고 있다. 컴퓨터가 타자기는 물론 종이와 장부를 대신하고 있음을 목격하면 당연히 당장 그래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래된 수많은 혁신들이 기업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에 적용되어야 비로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전기가 개발되고 제대로 사업에 제대로 적용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듯이 인터넷도 동일한 단계를 따라온 것을 경험해 왔다. 인터넷망, 컴퓨터, 그리고 핸드폰으로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은 단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소규모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면 아직 인터넷이 가져다줄 파급효과는 남아있어 보인다.
먼저 생산성 제고의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재택근무를 생각해보자. 재택근무는 단지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근무자들이 이질적이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공장이 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리적인 위치를 재조정하듯이 오늘날 사업은 온라인 협업을 통해 과업을 할당하고 불필요한 업무들을 제거함으로써, 파편화되고 소규모 조직으로 재편 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전망은 2년 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경제학자 아준 라마니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통해 재택근무가 각 기업들이 프리랜서, 아웃소싱 등의 다른 방식의 협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다음 그림은 저자가 이런 결론을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2021년 초반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재택근무하게 될이라는 예측이 많았던 반면 지금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재택근무가 생산성 향상은 물론 현존하는 사업, 도시, 그리고 산업기반들의 붕괴까지 야기할 가능성을 아주 크게 보고있다.
생산성 정체
2000년 중반 쯤을 시작으로 생산성 증가 속도는 점점 감소 및 정체했다. 물론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생산인구 고령화, 법체계, 국제무역 상황 등의 다른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 현상만으로 생산기술의 진보가 멈췄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반면 우리는 이러한 생산성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생산성을 끌어내리는 다른 요소들을 제거하려 노력한다. 몇몇 학자들은 태양열 발전과 배터리 기술이 물질적인 상품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여 생산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 예측하며, 또 몇몇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여 노동생산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좀 의아해 보이지만 우리에겐 다시 한번 성장을 촉진할 일반적 기술이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지금까지 우리 곁에 꾸준히 존재해 왔는데 왜 지금이란 말인가? 사람들이 계속해서 도시로 몰리는 현상을 보고 인터넷이 거리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을 조롱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앱들과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은 최근 생산성 둔화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정말 인터넷이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면 벌써 그랬어야만 하지 않았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반적 기술은 유의할 수준의 기술발전에 기여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한다 해도 우리는 항상 이미 사용하고 있던 기술을 즉각 처분하지 못한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생산 시스템의 전반을 재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은 난해하고 상당한 비용을 동반한다.
적어도 경제사의 관점에서 전기의 발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력 성장을 가져왔는지 회고해 보면 그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전구, 발전기, 에어컨 등의 가장 중요한 전기 전자 부문의 발명은 19세기에 일어났다. 그러나 미국 생산성 증가는 당시 의외로 크지 않았으며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가속화 되었다. 물론 발전 시설에 인접 지역은 생산성 호황을 조금 일찍 누린 것을 보면 기반시설의 건설에 대한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그 당시 발전시설을 가까운 곳에 설치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 기술이 있었다면 새로운 발명의 혜택을 가속화 할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장들은 전기를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1920년대까지 산업 단위의 큰 생산성 향상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제학자 폴 데이비드는 그의 1990년 논문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의 논문을 요약하면, 그 당시 공장들은 중앙화된 수력발전을 이용하고 있었고, 큰 수력 전동기를 같은 크기의 전기 전동기로 바꾸는 작업은 그렇게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다시 말해 대체 비용이 편익을 초과하지 못해서 생산성이 되려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생산성 증가는 공장 주인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의 편익을 누릴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각 작업대마다 작은 전동기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했다. 즉, 거대한 기계를 꾸준히 구동하는 대신 작은 기계들을 필요할 때마다 작동시키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 방식을 통해 에너지 절약은 물론이고 작업장이 훨씬 깔끔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었다. 작업자들은 큰 기계의 운영에 초점을 맞춘 일과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수력발전 중심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생산 과정 운영에 있어 다양한 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결국 생산성 증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우리는 위와 비슷한 과정을 컴퓨터의 경우에도 겪었다. 1987년 경제학자 로버트 쏘로우는 “우리는 어디에서든 컴퓨터 시대를 살고있다. 생산성 통계를 제외하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호황이 찾아왔다. 호황의 일부는 타자기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문서 저장소에서 디스크 드라이브로의 변화, 즉 컴퓨터가 오래된 기술을 대체함으로써 발생했지만, 대부분은 컴퓨터를 이용한 생산과정 자체의 재조직인 외주생산을 통해 가능해졌다. 기업들간 전산 기록과 전자문서의 송수신이 편리해 짐에 따라 생산 및 유통 과정이 특화 및 분화되는 현상을 보이며 외주생산으로의 변화를 주도했다. 요약하면 일반적 기술개발이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결국 산업 전반의 생산과정에 혁신을 이루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서비스 부문의 중요성
한편, 경제의 생산성 개선을 생각한다면 서비스 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 향상은 서비스 부문에 비해 훨씬 빨랐다. 연방은행의 2018년 연구보고서에서 소개된 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각 부문별 공헌도 (%)>
제조업 부문은 부가가치 공헌이 17%에 불과하지만 생산성 증가에선 42%나 공헌하고 있다. 만약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제조업 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경우 생산성 향상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마도 결국은 많은 양의 제조업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할 것이다. 물론 수요의 증가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더 빠르고 연료 효율 높은 자동차나 높은 해상도의 TV 등, 더 높은 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테지만 결국 생산성 개선의 속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 서비스 부문이 경제에서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서비스 부문에 대한 소비가 재화 부문을 따라잡고 있으며 코로나 펜데믹 기간 중에 약간 역전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서비스 부문에 대한 생산성 개선없이 생산성 재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재택근무의 파급효과
다시 재택근무를 생각해 보자.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재택근무를 하면 통근시간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단지 시간만 절약될 뿐만아니라 교통비또한 극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주유비, 자가용의 감가상각, 버스, 기차, 지하철 등의 운임료까지 모든 물질적인 자원들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 즉 주거공간이 근무공간으로 두 가지 용도로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도심지의 사무공간이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로 재사용 될 수 있다.
만약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꼭 집값이 높은 지역에 거주할 유인이 줄어든다. 물론 지금 당장 도심지에 사는 것은 근무지가 가깝다는 이유 뿐만은 아니라 여러가지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원격근무 시대가 열리면 사람들은 거주비에 따라 그들의 주거지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주거비를 낮춤으로써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에서는 더 많은 원격근무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들을 펼쳐나가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극적인 거주지의 자유로운 선택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제주도의 값싼 해안 마을에서 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필리핀의 훨씬 더 싼 마을에서 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런 설정은 필리핀의 현지인을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하는 방식으로의 사업방식의 변화도 충분히 가능해 진다. 지금까지는 외주의 방식이 주로 큰 사업장의 경우에만 국한되고 있다. 그러나 원격근무로의 변화가 외주의 단계를 훨씬 더 미세한 부분까지 이루어질 가능성을 열어준다. 아주 중요한 발표에 앞서 발표문의 수정해 주는 일, 하고 있는 연구의 데이터 정리나 통계분석을 대신해 주는 일, 관심있는 기업의 주요 통계치들을 분석해 주는 일 등까지 대신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외주 방식들이 점점 일반화되어 가고 있지만, 계약 당사자들의 행동을 감시하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여러 원격업무 도구들의 발달로 작업의 진행정도를 감시 감독하고 수정 보완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각각의 단계가 점점 더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조업 부문에서도 당연히 일어나고 있다. 만약 방글라데시에 있는 공장과 계약하여 생산과정을 시찰하는 경우 직접가는 것보다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격 환경은 회사내 자체생산과 회사간 협력 사이의 간격을 제거하고 있다.
만약 직장 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다면, 우리는 일정한 시간 단위로 근무한다. 당신이 업무를 모두 마무리하게 되면 다른 할 일들을 찾게 되겠지만 그리 생산적이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시간을 죽일 수도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사람들은 직장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비생산적인 활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에 집, 협업 공간, 커피숍 또는 당신이 원격 근무하는 어떤 공간에서든 공식적인 업무를 마치고 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가족들을 돌보거나, 집안 청소를 하거나, 쇼핑을 할 수도 있고,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도 있다. 심지어 창업 준비를 하거나 부업으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행동이 직장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계산하던 것을 여가시간으로 판단하게 됨으로써 생산성 관련 통계치를 실제보다 높게 측정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원격 근무는 업무 진행이 대부분 비동기화 되어있어 운영 관리 부서에서 비생산적인 회의를 효율적으로 줄일 방안을 찾아내도록 유인할 것이다.
생산성의 개선이 가장 느리게 진행된 두 부문을 꼽자면 의료와 교육이다. 물론 의료 부문의 경우, 의료 서비스의 질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측정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과연 생산성 측정이 정확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기본적으로 원격 진료와 온라인 교육이 대면 진료와 교육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으며, 두 경우 모두 대면을 통한 전통적인 방식의 이점이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의사들이 환자를 비대면으로 상담하고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높은 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꾸는 역할은 충분히 할 것 같다. 비대면 진료는 통근 시간은 물론 병원 사무실 비용의 절약에 큰 공헌을 하게될 것이다. 좋은 예로 미국에서는 온라인 정신의학과 상담 비용이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도 유의하게 낮았다. 온라인 교육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아주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물론 소그룹 위주의 교육이나 일대일 교육이 필요한 특별한 과목이나 주제가 있긴 하지만 200명 단위의 큰 강의가 20만명 이상에게 쉽게 확장될 수 있으며 따라서 비용 절감은 아주 크게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 시기 이전에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생각들이 크게 현실화 되지 못하였. 하지만 우리는 펜데믹 과정에서 100%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본 경험을 통해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실감하고 개선할 방안들을 마련해 왔다. 따라서 교육 부문에서도 생산성 재고를 위한 큰 변화를 예상해 본다.
요약하자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부분이 정말 많다. 통근 시간의 감소, 시간의 효율적인 활용, 주거비용의 감소 등을 통해 서비스 부문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비동기화된 조직운영과 기업간의 장벽의 해소 등을 통해 마치, 전기가 거대한 공장을 소규모의 독립적인 작업장으로의 변화를 일으켰던 것 처럼, 생산 과정을 극적으로 재조정하게 될 것이다. 비대면 근무는 현재까지 전적으로 대면으로 진행되던 서비스 부문에서도 점차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러한 생산성 개선은 특정 사회적 붕괴와 몇몇 사람들의 비용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상가지역 대상 부동산 중계 회사들은 사무실 임대업에서 협업장소 임대나 거주지 임대사업으로 전업이 일어날 것이다. 통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수익이 감소되고, 줄어든 자동차 때문에 주유소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다. 근무지가 밀집된 도심지의 변화도 예측된다. 노동자들은 즉시 인도나 필리핀 노동자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되어 임금 하락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학교들은 교사와 교직원의 숫자를 줄이고, 의료시설은 원무자들 숫자를 줄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과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고 경쟁에서 밀려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창조적 파괴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항상 있었던 일이다. 성장은 단순한 증가가 아니며 변화이다. 1950년의 경제는 1850년의 경제와 전혀 다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삶의 방식과 우리의 일자리를 2050년에도 동일할 것이라 믿어선 안된다.